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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풀꽃들의 이야기

강산1550 2025. 5. 6. 10:30






풀꽃들의 향연 – 이름 없이 피어나는 봄의 기적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화사한 벚꽃이나 진달래, 개나리입니다.
하지만 시골길을 찬찬히 걷다 보면 진짜 봄은 그보다 더 가까운 곳,
바로 발밑에 피어난 풀꽃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담장 아래, 돌담 옆, 마당 끝 흙길 가장자리—
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그 자리에
풀꽃들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별다른 이름도 없이,
정원사의 손길 하나 없이도,
그저 자연의 순리를 따라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이른 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보랏빛 제비꽃입니다.
가녀린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누군가의 기다림처럼 아련하게 느껴지지요.
그 옆엔 하얀 별꽃이 별무리처럼 모여 있고,
하늘하늘 흔들리는 현호색은 마치 작은 종이 흔들리는 것처럼 정겹습니다.

논두렁이나 밭둑 옆엔
냉이꽃, 민들레, 광대나물이 작은 군락을 이루고 피어납니다.
누군가는 잡초라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작은 풀꽃들 하나하나가
봄의 무대를 환하게 밝혀주는 주인공입니다.

이 풀꽃들은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기도 하고,
바람에 꺾이기도 하며,
비에 고개를 숙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해가 뜨면 다시 일어나고,
때가 되면 아무렇지 않게 또 피어납니다.
그 끈질긴 생명력은
화려한 꽃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

시골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풀꽃들을 만나게 됩니다.
뒷마당을 지나면서,
우물가로 물을 뜨러 가는 길에,
장독대 옆 그늘진 흙길에서—
그 풀꽃들은 마치
“잘 지내고 있느냐”고 조용히 안부를 묻는 것 같습니다.

풀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꽃들이 조용히 존재하면서도
누구보다 계절을 성실히 살아내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든 뿌리내리고,
햇살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피어나는 그 자세.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단단하고 아름다운 삶일까요?

풀꽃들의 향연은
한껏 소란스러운 봄날의 잔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작은 축제입니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지만
그저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고
따뜻한 봄바람을 함께 맞이하며
피고 또 피는 잔잔한 기쁨입니다.

오늘 길을 걷다
작은 풀꽃 한 송이를 만난다면
잠시 멈춰 바라보세요.
그 안에 담긴 봄,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만나는 풀꽃을 담아서 이야기해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꽃망울로 대답하는지요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이름없는 풀꽃처럼 지고 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윤회같은 삶
우리가 부딪히는 인연에게
오늘 고운말 고운향기로
풀꽃처럼 피아나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소중한 당신
그대의 삶도 소소하게
행복해 보여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