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날에는 단순한 산책이나 드라이브보다 더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김천 부항댐으로 향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레인보우 집와이어’. 케이블에 몸을 맡기고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는 그 경험은,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부항댐을 향해 올라가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호수는 유난히 잔잔했고 깊은 초록색 물빛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고요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곧 하늘을 가르며 날아야 한다는 기대감 때문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오늘은 정말, 하늘을 나는 날이다.’

■ 부항댐이 품은 풍경과 설렘
김천 부항댐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품고 있지만, 특히 가을과 초겨울의 경계에 서 있는 지금 시기는 낭만과 차분함이 공존한다. 잔잔한 수면 위에는 햇빛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호수를 둘러싼 산들은 붉고 노란 옷을 입은 채 조용히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 한가운데 집와이어가 설치되어 있다는 게 의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 대비가 부항댐 레인보우 집와이어의 매력이다. 잔잔함 속에서 폭발하는 스릴, 자연의 품 안에서 즐기는 아찔한 속도, 그리고 도착 직전까지 계속되는 긴장감. 누구라도 이곳에서 새로운 감정을 맛볼 수밖에 없다.
■ 레인보우 집와이어! 준비부터 떨린다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탑승장으로 올라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길게 뻗어 있는 레일과 케이블, 그리고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높은 타워였다. 발밑으로 펼쳐진 부항댐의 물빛을 내려다보는 순간, 감탄과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도 살짝 스쳤다.
탑승 전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꼼꼼했다. 하네스, 헬멧, 장갑까지 정확한 위치에 맞춰 장착해야 한다. 직원 분들은 아주 친절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설명해 주셨다. 덕분에 긴장되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처음 타세요? 괜찮아요, 그냥 편하게 발만 들고 계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도와드립니다!”
그 말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이렇게 가슴이 뛰는 선택을 해도 좋지 않을까.

■ 드디어 출발! 하늘로 쏘아 올려지는 순간
출발대에 서는 순간, 아래로 펼쳐진 부항댐의 풍경이 단숨에 시야를 압도한다. 바람이 조금씩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아주 작은 흔들림에도 심장이 올라올 듯 두근거렸다. 하지만 ‘준비’라는 한마디와 함께 케이블에 매달린 몸이 앞으로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다.
출발 순간, 그 짧은 1초 동안은 세상이 멈춘 듯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위이잉—!”
집와이어가 속력을 올리며 나를 하늘로 실어 올렸다. 발아래로 부항댐의 푸른 물이 빠르게 멀어지고, 바람은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지만 그것마저 짜릿했다. 두려움은 어느새 기대감으로, 다시는 없을 자유함으로 변해갔다.
내 몸은 케이블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산과 산 사이를 가로질렀다. 마치 새처럼, 아니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하늘 위를 가르며 날아가는 느낌.
속도는 빠르지만 공포가 아니라 해방감이었다.
‘아, 이러려고 왔구나.’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나를 누르던 생각들도, 무겁던 마음도, 꽉 막힌 일상도 어디론가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 착지의 순간, 땅을 밟기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여운

집와이어는 단순히 스릴만 주는 것이 아니었다. 날아가는 동안 느끼는 자유와 속도감이 있다면, 도착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밀려오는 감정의 여운도 있다.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착지 플랫폼이 보이는 순간, 설렘과 아쉬움이 동시에 찾아온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같은 묘한 기분. 착지대에 발이 닿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고, 동시에 “다시 타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직원분들도 이런 반응에 익숙한 듯 웃으며 말했다.
“다들 내리자마자 똑같은 말 하세요. 중독성 있어요, 이거.”
정말 그랬다. 한 번 날아본 사람은 다시 하늘로 오르고 싶어진다.

■ 집와이어 후, 부항댐의 풍경을 천천히 즐기다
집와이어만 타고 돌아가기에는 부항댐이 주는 감성이 너무 아깝다. 주변에는 산책길, 전망대, 호수를 따라 이어진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며 걸어보기 좋다.
바람이 적당히 차갑고, 공기는 맑았다. 호숫가에 앉아 가만히 물결을 바라보고 있자니 방금까지의 짜릿함이 차분한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는 일 아닐까. 긴장과 해방, 속도와 고요, 아찔함과 평온함. 부항댐은 이 모든 것을 하루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곳이었다.


■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사람에게

부항댐 레인보우 집와이어는 단순한 레저가 아니다.
그건 잠시의 도전이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하나의 의식 같은 경험이다.
조금 무섭고 떨리더라도, 한 번쯤은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곳에서의 1~2분은 생각보다 길고 깊게 마음속에 남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순간의 용기와 즐거움은 오래도록 나를 밀어줄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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