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의 소음이 아득해질 무렵, 둔산동 부동지(釜洞池)를 지나면 빛바랜 흙돌담이 정겨운 옻골마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616년 경주 최씨 광정공파 후손들이 터를 잡은 이래,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온 선비의 기품이 봄볕 아래 따스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 고택의 처마 끝에 걸린 봄바람

옻골마을의 봄은 화려한 축제보다는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에 가깝습니다. 수령 350년이 넘는 거대한 회화나무(최동집 나무)가 마을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그 너머로 낮게 이어진 돌담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백불고택 (대구 민속문화재 제1호): 마을의 가장 안쪽, 종가인 백불고택에 들어서면 대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의 위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갈하게 빗질 된 마당과 기둥마다 붙은 입춘방 위로 떨어지는 목련 꽃잎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입니다.
토담길의 정취: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옻골마을의 돌담길은 직선과 곡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산수유와 매화는 고즈넉한 기와지붕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을 발합니다.

📜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

옻골마을은 단순히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후손들이 직접 살아가며 온기를 더하는 공간입니다.
전통 체험: 다도 체험이나 한복 입기, 전통 놀이를 통해 선조들의 삶을 짧게나마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금경당과 경주최씨 종가: 보존 상태가 훌륭한 건축물들을 살펴보며 영남 지방 특유의 가옥 구조와 배치를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봄날의 출사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과 봄꽃을 담기 위한 명소로 손꼽힙니다.
📍 여행자를 위한 Tip

관람 매너: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므로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주변 산책로: 마을 뒤편 숲길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면 옻골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위치: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95 (둔산동)
"돌담 아래 핀 이름 모를 들꽃 하나가 600년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일어선 기와와 대화하는 곳."
이번 주말, 분주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대구 옻골마을의 느린 걸음에 몸을 맡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고택 위로 피어난 봄의 미학이 당신의 마음속에도 잔잔한 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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