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푸른 질주/강해원시/강해원시인

뚜벅 뚜벅 2026. 5. 24. 21:19

흰, 흰 진돗개가 뛰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푸른 들판을
휘휘 가르며 뛰기 시작했다. 메리다! 나의 메리!  어릴 때 내 친구 메리다
가만히 뛰어가 보니 몸이 아픈듯했다.
다리가 아팠다. 너도 아프구나
너무 고단하게 길 위에 살았나보다
왼쪽 다리가 아파 보였다.

마지막 푸른질주를 하고 이 생을 떠날 듯이
곳곳에 킁킁,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다.
논두렁 밭두렁 사이로 보란듯이 초록빛 벼사이를 휘휘 젖히고  흙탕물을 뿌리며 같이했던  나의 유일한 친구 메리다.
마지막 흰 춤사위는
뛰는 모습뒤에 매달린  꼬리를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긴혀를 내고 가쁜 숨을 내쉬다 힘들게  털썩주저앉는다.  나도 너 옆에 앉았다.
아, 이제 다 뛴 듯하다. 다 뛰었구나

푸른하늘이 같이 자리를 잡고 누웠다.
고단했던 그 진돗개의 일생이 구름 되어
하늘에서 푸르게 흐르고 있었다. 메리야 그때 같이 달리던 그 들판을 다 기억하고

있구나 멋지게 나타나. 나에게 똑같이 위로해주고 가는구나

흰 진돗개 옆에 내가 누우니
푸른 들판에 바람이 불어왔다

고단한 질주가 깊숙이 바람 되어  불어온다.너도 나도  쉬고 싶다
푸른 하늘이고  그냥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