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과 하나된 혼연일체의 몸
무채색 바람이 흰 자락을 흔들며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천근만근 가자미처럼 납짝 엎드린 시간
나보다 더 간절히 봄을 기다린 너
꼬리에 이정표를 달고 살쿵 다가온다
'같이 가자'
'봄이 저기 있다고'
낡은 외투처럼 껴입은 귀찮니즘을 벗고
구르미의 온기를 어깨에 얹는다
맑은 눈망울이 이끄는 대로
현관문 밖, 봄의 이끌림에 몸을 맡긴다
깡충깡충 계단을 내려서면
우리의 발걸음, 봄날개달고
봄은 덩달아 봄바람을 만든다
어느 길목,
홍매화가 붉은얼굴로 방긋
구르미도 나도 잠시 멈춰
깊은 숨을 쉬다가
그만 빨갛게 취해, 홍매화가 되고 만다
다행이야, 다시 봄이 와서
다행이야, 구르미가 좋아해서
둘다 빨갛게익은 얼굴로
우리는 오늘도 봄길을 걸어본다
하나,둘, 셋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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