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강해원
파리하게 떠나는
이승과 저승 사이는
이 시와 저 시의 울림을
타고 내리는 서정시 같은
조각하나
무거운 침묵은
묘비 앞에서 얼음처럼 서늘해져
40 년 긴 시간을
차가운 인사로 대신하는데
기억 너머 우리는 이미
그 차가운 강을
각자 열심히 버티고 있었구나
따스한 온기라고는
하얀 국화 송이 다발에
숨은 나의 오래된 빛바랜 청춘
비문의 낯선 이름 다시 돌아보니
우리의 기억이 어여쁜
꽃잎 되고 고단했을 너의 애절한
청춘 기록에 한 줄 남기지 못한 회한을
어루만진다
아직도
매일 보내던 편지지속 파란색 잉크는 그대로인데 그 마음 붙들고
미완성인 너의 비통했던 삶 차마 놓지 못하고 열심히 건너가고 있구나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따스한 손을 비석 위에 이제야
얹으니 얼었던 차가움
한 조각이라도
녹을 수 있기를
시인되어 이제야 추모 시로 답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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