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꺼풀이 까끄라기처럼 따갑고 서글픈 것은 심장 깊은 곳에 맺힌 응어리가 기어이 안으로 고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아보면 매 순간이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삶이라는 혹독한 질곡의 시간들은 모진 바람을 다 맞아내는 마을 어귀 당산나무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고 푸른 깃발을 또 꽂아 넣습니다. 마치 운명이 등을 떠밀며 '너, 어디 한번 또 버텨봐라' 하고 오기를 부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 서슬 퍼런 다그침 앞에 나는 가만히 입술을 깨물며 '또요' 하고 나지막이 되물을 뿐입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새 벼랑 끝의 시간여행을 타고 찾아간 먼 과거의 길목에서, 나는 뜻밖에도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났습니다. 대철학자는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맞고 선 내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너는 그저 이 아득하고 거대한 무대 위에서 치열하게 놀고 있는 이 세상 가장 멋진 배우일 뿐이라고. 비록 운명이 너를 불덩이 속에 밀어 넣고 모진 담금질을 반복할지라도, 단단한 강철이 되어 마침내 붉은 불꽃을 이겨낼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너는 이미 가장 슬픈 비극의 열쇠를 손에 쥐었으니, 낙담하지 말고 끝까지 무대 위에서 네 삶을 당당하고 멋지게 노래하라는 거장의 음성이 가슴을 울립니다. 시한줄을 잉태하는 과정이라고 다독여 줍니다.
지독하고도 깊은 사랑의 비극,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온몸으로 카타르시스를 정면으로 마주한 내가 비로소 짓무른 눈꺼풀을 두 손으로 겨우 덮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쳐두었던 장막을 거두고 깊고 아늑한 고독의 잠 속으로 무겁게 겨우 침잠합니다.
꿈결인 듯 눈을 뜨면, 아직도 그 사람이, 내 영혼을 뒤흔들었던 바로 그 사람이 변함없는 눈빛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거장 아리스토텔레스도 그의 곁에 나란히 서서, 내가 온몸으로 겪어낸 눈물겨운 삶의 궤적을 바라보며 진정한 '카타르시스의 정의'를 필묵을 들어 열심히 새로 쓰고 있습니다. 내 삶의 유일한 이유인
생각만 깊은 그의 철학옆에, 내 고통을 알아준 거장의 모습을 황홀하게 번갈아 바라봅니다. 무대위의 나의 춤사위는 계속 됩니다.
과거의 낡고 박제된 카타르시스는 저만치 물러서서 이 경이로운 광경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습니다. 생각만 깊은 사람의 숨결에서,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은 거장의 위대한 혼에서 비롯된 새로운 치유의 이론이, 마침내 내 떨리는 손을 통하여 눈부신 활자로 시한줄로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무대위에서 사그라들때까지 나의 춤사위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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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바람이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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