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오메! 어처구니가 없네 1

뚜벅 뚜벅 2026. 6. 3. 06:11




열심히 돌고 돌던 세월이었는데
맷돌은 이제 가만히 멈추어 섰다.
몇 알의 콩들이 어지러이 돌다가
차마 삼키지 못한 비명을 입에 물고,
반쯤 깨진 이마를 서로 맞댄 채
맷돌 틈새에 끼어 소리도 내지 못한다
맞물러 서로 좋을때는 언제고
나 샘나서 어처구니 빼서 도망와버렸지

"나를 좀 꺼내 주소"


하얗게 으깨진 머리를 내밀고
아무리 소리쳐 울부짖어 보아도,
무거운 돌덩이는 묵묵부답
그저 먼 산만 멍하니 바라볼 뿐  사랑이 식었나봐
자기를 돌려주던 그 손이 사라진 줄도 모른 채,
제 몸을 돌릴 뼈대마저 잃은 줄도 모른 채,
맷돌은 차가운 눈으로 서 있구나

오메, 어쩌자고 저래
이 기가 막힌 침묵 속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

콩들아 너도  그 무거운 맷돌의 사랑무게에 작살나는구나
다 으깨지도록 죽어나구나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냥 부서지거라 아파도

사랑도 부서져야 진정한 사랑이지
나도 맷돌에 눌러 살아보았으면 좋겠다. 너처럼 살아도 좋으련만 차가운 길에 던져져봐 얼음꽃이 다 깨져

그냥 이고 살아
그게 더 사랑인지도 몰라

어처구니가 됼아올리 없지
내 숨겨둔 사랑 아무도 모르게
어처구니가 나만 사랑해서
내가 꼭꼭 숨겨두었거든
못줘 평생 끼어서 살다 산화하거라

어깨진 콩아






어처구니의 뜻

1. 맷돌의 '손잡이'라는 설 (가장 유명한 이야기)
우리가 흔히 쓰는 맷돌을 돌릴 때, 나무나 쇠로 만든 손잡이가 있어야 맷돌을 돌릴 수 있지요? 이 손잡이를 옛말로 어처구니'라고 불렀다는 설입니다.
맷돌에 콩을 잔뜩 삶아다 넣고 이제 갈려고 하는데, 정작 돌려야 할 손잡이(어처구니)가 쏙 빠지고 없을 때의 그 황당함! "아니, 맷돌을 눈앞에 두고 어처구니가 없네!" 하던 말이 오늘날 "기가 막힌다"는 뜻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2. 궁궐 지붕 위의 '잡상(雜像)'이라는 설
조선 시대 궁궐이나 큰 대문의 기와지붕 추녀마루를 보면, 흙으로 구워 올린 사람이나 동물 모양의 아기자기한 신선·괴물 인형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잡상' 또는 어처구니라고 불렀다는 설입니다.
건물을 다 짓고 마지막으로 화재나 악귀를 막아주는 이 '어처구니'를 깜빡 잊고 올리지 않은 채 완공했을 때, 기와지붕을 올려다보던 목수들이 "방심하다가 정작 중요한 어처구니를 빼먹었구나!" 하며 혀를 찼던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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