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새리삐가리 천지네

뚜벅 뚜벅 2026. 6. 3. 06:48

길을 나서면 지천으로 피어난 꽃들이 눈을 찔러와, 아 진짜 예뻐서 못 살겠다 발걸음 붙잡는데. 길을 걷다 보면 왜 이리 먼저 떠나간 놈들만 새록새록 조각달처럼 떠오르는지. 나만 덜렁 이 차디찬 지상에 남겨두고 저 먼 길 가버린 놈들이 사방천지 삐가리인데, 지금 내 곁을 지키며 구시렁거리는 건 이 미우나 고우나 버릴 수 없는 경상도 문디새끼 하나뿐이네. 평생옆에서이래라저래라한다  자유로운영혼은 하늘만 쳐다본다. 법조문 갖다 대지마라 내영혼이 아프다.
자꾸 그러면 글로 쏜다했지

고개 들어 올려다본 저 하늘에는 웬 구름이 또 그리 새리삐가리로 몰려다니는지. 내 어깨 위에서 조그만 온기를 나누는 구르미 녀석, 행여 나하고 같이 쏘다닌다고 나보다 더 가볍게 흔들거리지 말고 똑바로 걸어라 툭 던지니, 세상이 나를 향해 지랄하네 맞받아치는 것만 같다. 세상에 멋진놈 눈닦고봐도 없다. 천지비까리 다 걷어차고싶다.

내 가장 뜨겁게 사랑했던 이들을 저 아득한 하늘에 별로 다 박아두고, 왜 나만 이 거친 땅 위에 홀로 살려두었느냐고 원망 섞인 눈으로 하늘을 우러러본다. 이리 가슴이 뻥 뚫렸는데 내가 우째 휘청거리지 않고 삐딱거리지 않겠나. 밤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을 노래하던 윤동주도, 나타샤를 사랑해 눈이 푹푹 나리던 벌판을 걷던 백석도, 그리고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얼굴들 내아비도 내언니도 죄다 저 높은 곳의 별이 되어버렸는데. 이 땅에는 그저 쪼짠한 경상도 놈들만 내 옆에 바글바글 모여 앉아 지랄 가득한 소음만 보태고 있으니.
나 우째 이 서러운 길 위에서 휘청거리지 않겠노. 눈을 씻고 봐도 사방에 새리삐까리 천지면 뭐 하겠노, 내가 진짜로 마음 주며 좋아하던 놈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데

이 미련 맞고 문디같은 세상에 목숨 붙여 사는 것 자체가 지랄 맞고 문디같구만.
내가 발붙이고 사는 이 대구경북 땅에는 새리삐가리로 인간들이 넘쳐나도, 서슬 퍼렇던 2.28의 뜨거운 함성은 온데간데없이 까먹어버리고, 피울음 울던 5.18은 남의 일인 양 외면해버리는구나. 사랑도 명예도 다 팽개쳐버린 인간들이 천지삐까리로 널려있으니, 하필 오늘같이 판을 바꾸자고 투표소로 나서는 선거하는 날에는 가슴속이 더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새리삐가리 천지면 뭐 하노, 정작 이 썩은 판을 와장창 뒤집어엎을 웅장한 새리삐가리는 보이지를 않는데.
내 지극한 사랑도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멀어지고, 세상엔 쓸데없는 천지삐가리만 지천으로 깔렸어도, 정작 내 곁에서 사람 냄새 푹푹 풍기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참된 문디같은 새끼는 보이지를 않는구나

어지러운 세상,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서성이는 이 거리에 서서, 나는 별이 된 이름들을 나직이 불러보며 홀로 붉은 눈물을 삼킬 뿐이다. 선거라도  똑바로해라

경상도 문디 새리삐가리천지들아




1. 새리삐까리 (시리삐가리)
하도 많아서 흔해 빠졌거나, 한곳에 무더기로 가득 쌓여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유래: 곡식을 수확한 뒤 가을 타작마당에 쌓아둔 큰 곡식 더미를 뜻하는 볏가리(또는 노적가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쌓인 노적가리가 '새고 샜다(차고 넘친다)'고 해서 '새리삐가리' 혹은 시리삐가리'라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즉, 눈앞에 쌓인 게 곡식 더미처럼 엄청나게 많다는 비유입니다.
2. 천지네 (천지삐까리)
뜻: '온 세상(天地)이 다 그것이다', '지천에 깔렸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방금 전 보신 '삐까리'가 한 번 더 붙어서 천지삐까리가 되면, "하늘과 땅 사이에 온통 가리(더미)로 가득 차 있다"는 뜻으로 강조의 끝판왕이 됩니다.





https://youtu.be/CNA7kdoa6pU?si=BicyEGvHQqqxjF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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