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부엌데기 사랑/강산 강해원

뚜벅 뚜벅 2026. 6. 4. 01:57



지직지직, 달아오른 무쇠솥 밑으로 벌건 불길이 일렁인다. 순박한 부엌데기는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로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오직 사랑하는 무쇠돌이 생각만으로 부지깽이를 쥐고 연신 뜨거운 불속을 쑤셔댄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큼이나 가슴속이 뜨겁게 차올라,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고개를 꾸벅이며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것도 모른 채 무쇠솥은 점점 더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그 속의 물은 펄펄 끓어 넘치다 못해 숨이 가쁘다. 가슴 가득 찬 뜨거움을 견디지 못한 물발이 솥 벽을 발로 차대듯 요동을 치니, 무거운 무쇠솥뚜껑이 달그락달그락, 애처로운 소리를 내며 들썩인다. 그러나 하얀 보자기를 머리에 쓴 부엌데기는 꿈속에서도 그저 무쇠돌이 곁에 머무는 중이다. 무쇠돌이를 향한 그 지극한 사랑이 아궁이 불길 속에서 타들어가 머리 위로 하얗게, 하얗게 재가 되어 내리는 줄도 모른 채, 손에 쥔 부지깽이 하나를 생명처럼 꼭 쥐고 꾸벅꾸벅 졸고만 있다.
이 투박하고 순진한 부엌데기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직하고 거친 무쇠돌이 옆에서 부지깽이 하나 손에 들고, 그와 함께 나누는 이 뜨거운 온기가 좋아 온종일 아궁이 앞을 지키며 불을 때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다지도 뜨겁고 눈이 멀어 버리는 것일까.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어도, 그 순수한 마음이 세상 그 어떤 이보다 예뻐서, 달아오른 무쇠돌이는 차마 그 모습을 그대로 두지 못한다. 마침내 하얀 수증기가 되어 몽글몽글 피어오르더니, 졸고 있는 그녀의 여린 뺨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감싸 안아 올려 주는 것이다. 차가움을 모르는 무쇠돌이는 식을수가 없다.

순수한 하얀 보자기 쓴 부엌데기는 꾸밈없는 사랑을 보여주다 잠이 들고
수증기에 취해 또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졸고 있다.   부엌데기라 놀리는 무쇠돌이가 계속 달그락달그락거리자 잠결에
그의 사랑 소리라 알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새 부지깽이는  다 타버리고 하얀 재 뒤집어쓰고 부엌데기는 또 잠이 든다.
부엌데기의 철없는 사랑은 그다음 날도

흰보자기 뒤집어쓰고 앉아있다. 다리가
아파서 일어날수도 없다.

변함없는 무쇠돌이 달그락달그락에 아름다움이뭔지 사랑이 뭔지 알게된 부엌데기는 저녁노을 바라보다 또 잠이든다.
아름다운 노을이 그녀의 얼굴에 화장기보다 더 깊은 색상으로 세상에서 아름다운 얼굴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화장은 없으리라

우리는 그렇게 백석과 나타샤처럼 또 하나의 사랑편 이야기로 서사를 지어낸다. 그래서 시를 사랑할 수 밖에  이렇게 아름다운이야기를 만들어 갈수있으니
그들의 부엌데기와 무쇠돌이에게 눈이 펑펑내리고 흰당나귀도 아웅아웅 울기를 기다린다. 난 오늘도 나타샤가 되어 흰보자기쓰고 나빌레라 사뿐사뿐 걷는다.

https://youtu.be/6 uN1 qlQECys? si=8 XDaR3 ptLQT83 q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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