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높은 지붕 위에서 묵묵히 기왓장을 올렸다. 마을에서 가장 웅장하고 큰 집은 언제나 아버지의 거칠고 단단한 흙손 끝에서 시작되었다. 숨을 죽인 채 쪼그려 앉아 그 거룩한 의식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조그만 아이의 눈동자는, 지붕을 든든하게 받치고 선 서까래 끝에 오랫동안 멈춰 서 있었다. 나풀거리는 치마 자락을 꼭 모아 쥐고 서까래가 붙여지는 장엄한 풍경을 올려다보며, 내 어린 영혼도 그 뜨거운 현장에 고스란히 갈아 넣고 있었다.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기와의 기품을 묵묵히 머리에 이고, 둥근기둥과 직선 기둥 사이사이로 질퍽한 사랑들이 척척 갖다 붙을 때였다. 내 어린 영혼은 아버지가 개어놓은 으깨진 흙반죽 사이에, 평소에 내가 가장 아끼던 예쁜 돌멩이 몇 개를 쑥 밀어 넣었다. 아비 몰래, 아무도 모르게 살짝궁 밀어 넣은 나만의 비밀이었다. 우리 집 큰 마루에 대자로 누우면, 서까래 사이에 끼워진 내 작은 돌멩이 하나가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서까래 축이 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오직 나만 아는 비밀의 별자리였다.
어제는 꿈결에 아버지가 찾아오셨다. 나의 고단한 삶을 어떻게든 지탱해 주시려고, 야윈 몸으로 긴 서까래가 되어 나를 든든하게 받치고 계셨다. 하늘 위에서 내 모든 슬픔을 내려다보듯, "조금만 더 살다 오너라" 하시는 서글픈 눈빛이었다. 커다란 눈물방울을 파리하게 떨며 유언처럼 남기신 그 한마디를 붙잡고 모진 세월을 버텨온 나를, 아버지는 꿈속에서 꼭 안아주셨다. 아버지의 그 길고 마른 팔이 다시 서까래가 되어 나의 지친 몸을 빛나던 기와처럼 받쳐주니, 얼어붙었던 마음에 한결 온기가 돌고 편안해졌다. 차가운 거리에 주저앉아 더는 울지 말라고 다독다독, 내 아비는 여전히 지붕이 되어 나를 지키고 계셨다.
눈을 뜨니 아름다운 서까래는 신기루처럼 꿈결 너머로 사라졌지만, 이제 나의 마음속에는 눈물로 다져진 아버지의 거대한 서까래가 단단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어떤 비바람이 불어와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눈부신 지붕 하나가 내 안에 깊이 서까래랑 같이 자라기 시작했다. 유년에 서까래옆에 매달려있던 작은 돌은 벌써 하늘에 별이 된 지 수십년 나를 기다리는 초록별이 되었다.
오늘도 반짝이는 별로 내 마음에 냬리고 있었다.
반짝반짝 작은 별처럼 살다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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