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으로 길을 나선 친구가 있다. 가슴속에 뜨거운 애국심을 잔뜩 싣고, 1909년 10월 26일의 탕탕한 총성이 여전히 맴도는 듯한 하얼빈역에 두 발을 디디고 섰을 때, 시간은 백 년의 벽을 허물고 고스란히 발밑에서 출렁였으리라. 이토 히로부미를 단죄했던 안중근 의사의 숨결이 서린 그 역사의 현장에서 여행자는 먹먹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온몸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하얼빈이 품은 역사의 무게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731부대의 잔인한 생체실험 기록관 앞에서는 차마 발걸음을 들여놓기조차 미안하고 두려워 마음이 저려왔다. 인간의 잔혹함이 남긴 지울 수 없는 흔적들 앞에서, 아픔과 고뇌는 먼지처럼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그 거대한 비극의 깊이를 고스란히 가슴에 안아버린 탓일까. 역사의식이 남달리 강했던 내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는 결국 하얼빈에 머무려던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길에 올랐다. 가슴 가득 겹겹의 역사 무늬를 아로새긴 채, 친구는 그렇게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여행담을 노래하듯 전해왔다.
멋진 친구다. 아프고 나서는 가고 싶은 곳을 잘도다닌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절감해서일까 늘 공항에서 전화 온다.
갔다 올게 갔다 와서 전화할게가 인사다
응 그래 난 늘 이야기를 그냥 받는다
왠지 하루 더 있고 싶은 일정을 접고 일찍 귀국했다.
인간의 예감이란 이토록 신비로운 것일까. 친구가 하루를 당겨 한국 땅을 밟은 바로 다음 날, 하얼빈에는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지붕이 날아가고 가시거리조차 확보되지 않아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는 현장 뉴스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아픈 몸을 이끌고 역사 속을 거닐던 여행자가, 그 무시무시한 자연의 위기를 찰나의 순간에 피해 간 것이다. 아마 원래 마음으로 하루 더 있었으면 체력이 없는 내친구는 바람속에 살아남기
힘들었을듯하다. 마치 다가올 거센 폭풍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한 기적 같은 당긴 귀국 여정이었다. 친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아있음의 경이와 감사를 탄복하듯이 전해왔고, 그 안도감은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 안도의 숨을 내쉬게 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너 오래오래 건강하겠다" "예지력이 대단하다"라고 표현한 내 묵묵한 답이었다.
그토록 하얼빈을 집어삼킬 듯 밀려들었던 황량한 모래바람의 정체는, 저 멀리 몽골의 광활한 대지가 서 있었다. 흔히 우리가 '몽골'이라는 독립된 국가로 알고 있는 곳은 고비사막의 북쪽 절반을 차지하는 '외몽골'이며, 그 사막의 남쪽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영토는 '내몽골 자치구'라 불린다. 그 거대한 사막의 품에서 시작된 메마른 바람이 국경을 넘어 하얼빈의 하늘까지 붉은 모래로 뒤덮었던 것이다.
메마른 고비사막의 모래바람도, 가슴을 헤집어놓던 아픈 역사의 흔적도, 결국은 무사히 살아 돌아와 마주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 되었다. 아픈 몸으로 역사의 뜨거운 현장을 밟고, 대자연의 위기 속에서 기적처럼 비껴간 친구의 걸음걸음이 참으로 귀하고 고맙다.
머나먼 타국 땅에 겹겹의 무늬로 새겨두고 온 그날의 기억은, 이제 무사히 돌아온 친구의 삶 위에서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하얼빈에는 안중근의 넋이 수시료 모래바람으로 휘몰아칠 것이고 731부대 생체실험의 그 잔인함은
성소피아성당의 종소리도 위로될수없는 그설움과 비통함을 잠재우지 못해
수시로 하얼빈은 암흑이 될 것이며 거센 바람으로 그 원혼들이 쌩쌩 스산한 거리와
그 지붕들을 날릴 것이다
내 친구의 그 생명의 찰나는 멋진 안중근의사가 지켜주었듯
다음 여행도 훌쩍 가면 또 밀어내어 귀국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내친구의 건강은 또 10년을 벌고 간다.
멋진 안중근의사를 그래서 더 사랑한다. 안중근 같은 사람을
새리삐가리로 만들어야 대구도 변할 텐데 허접한 새리삐가들이 집에 있지 않고 줄 서서 나갔나 보다
대구는 또 안중근 같은 남자들을 키워야 되는 숙제를 잔뜩 앗고
대프리카의 더위를 견딘다
말로만 안중근이다 하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웃는다
실천해라 안중근처럼! 역사현장에 뒤집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어디 모여있을듯하다.
안중근이 바로 내다하고 외치며 우리모두에게
하얼빈의 역사와 비장함을 세워준다.



https://youtu.be/Y9LhZCEPDvg?si=YA9UwYuA_uRcMW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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