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뚜벅 뚜벅 2026. 3. 17. 07:48


바람 부는 길을 따라


부지런히 노 저어 온 세월의 길목에서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촘촘하게 채워온 일상의 끝자락
텅 빈 가슴 한편을 파고드는 것은
서늘한 바람, 그 한 줄기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바람은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잠시 숨을 고르라 건네는 의식같습니다

지나온 시간의 그림자가 아득히 길어질 때
부질없이 그 시절로 고개를 돌려보았습니다
"만약 그 시절, 그때로 다시 가게 된다면"

이내 고개를 저어 확신하는 것은
발걸음은 다시 같은 궤적을 그립니다

여전히 내 마음이 가리키는 나침반 하나 믿고
몰아치는 풍랑 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지고
삶에 풍덩 빠질 것 같습니다

삶이란 결국 예정된 바람을 맞으러 가는
길고도 아득한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흔들림은 후회가 아니라 살아있음의 노래요

살갗을 스치는 서늘함은 비로소 나를 마주하는
가장 투명하고도 정직한 거울입니다

저 길 끝에서 바람이 불어옵니다
단호하게 내 마음의 결을 따라
바람 부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잘되겠지, 잘될 거야 긍정의 노래를 부르며
내 몫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수없이 많이 일어났던 그 일이 서늘한 바람으로
쉬어가라 위로해 줍니다




오늘도 바람이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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