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어느 봄날! 부지깽이 인생

뚜벅 뚜벅 2026. 3. 20. 18:15

보자기 곱게 덮어쓰고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부지깽이로 불을 툭툭 쑤신다

말없이, 또 말없이

부지깽이는 하루도 쉬지 못한다
온 식구 배를 채우기 위해
제 몸을 먼저 태우고
재가 되어야 비로소 누울 수 있다

꽃무늬 보자기 쓴 시골처녀
너도 그러하다
부엌에 바친 인생
봄이 와도 문 밖을 모른다

들판 어디쯤
꽃이 피었다는 소문만
듣긴 들어도
아직도  밥을 한솥해야 된다는 숙명
기다리는 식구들 입을 거부 못한 채
불이 꺼지지 않는 저녁은 오늘도
깜깜해진다



봄날 어느 날
부지깽이와 시골처녀
누가 먼저 다 탈지도 모른 채
아궁이 불빛만 외로운
두 사람의 얼굴을
오래도록 붉게 물들인다


꽃구경 한 번 못 간 시골처녀 바램
보자기 위에 내려앉아 꽃이 되고
불길 위에서 처연하게 피는 어느 날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식구들의
밥상을 위해 타닥타닥 시간을 태운다




부지깽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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