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넝쿨 담벼락 기어올라
노랗게, 환하게 피어났지
바람 불면 흔들흔들,
비 오면 촉촉하게 젖어도
나 여기, 노랗게 별처럼 피었지
지나가는 사람들 발걸음 멈춰
별처럼 예쁜 내얼굴 관심없고
태어날 호박얘기만 하네
"호박죽 끓여야지," "호박전 부쳐야지."
속닥속닥
나도 알아, 언젠간 호박이된다는 거
무거워질 내 모습, 생각만해도 무거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노랗게 피어있는 나는
호박이 아니라 꽃이잖아.
내가 있어야 호박도 있지
나한테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예쁘다" 한 마디면 충분했는데,
"고맙다" 한 마디면 좋았을 텐데
하루 종일 담벼락에 대롱대롱
그 한 마디 기다리다 해가 저물어
하늘에 별되네
내일이면 또 내려와
호박꽃될꺼야
노랗게 피어서 여기 있잖아
오늘도 이렇게 피어 있잖아
호박꽃 비애, 이제 그만
언젠가는
벌 품고 호박 만들어 내는 나,
이제는 나를 '금꽃'이라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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