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센강 그자물쇠에 꽃이피고

뚜벅 뚜벅 2026. 3. 30. 02:05

고흐를 만나고 싶었다
파리에 가면 고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그리 미친 듯이 별을 하늘 가득 그려두고 홀연히 가버렸는지, 그 현장에 직접 서보고 싶었다.
오르세 박물관 찬 액자 속에 갇힌 해바라기는 이 먼 길을 왜 왔냐는 듯 마른기침을 쏟아내고 있었다. 2층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깊은 타종 소리가 센강 물결 위로 번져나갈 때, 나는 비로소 고흐의 흔적과 마주쳤다고 느꼈다. 그리고 노을 물드는 센강 앞에 섰다.
다리 위에는 내가 몇백 년 전부터 걸어둔 것 같은 자물쇠가 있었다. 그 좁은 쇠 안에 고흐가 갇혀 있었다. 열쇠를 찾아 열어주려 하자 그는 손을 저었다. 아직 별을 더 그려야 한다고. 초췌한 얼굴로, 가난한 손으로, 그 비좁은 공간 안에서 미친 듯이 물감을 칠하며 별을 수놓고 있었다.
센강 여기저기에 이름 없는 화가들도 고흐를 따라 이젤을 세워두고 있었다. 거대한 에펠탑 철제 뼈대를 등에 지고, 저마다 자신의 별을 그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다. 하늘에 별이 가득차서 난 해바라기 꽃 한 송이이라도

그리고 돌아가고 싶어 붓을 들었다


고흐도  갇힌 그 공간에서 나와서 둘이 나란히 해바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해 뜨거웠던 여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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