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풍경 둘

예쁜엄마 2

뚜벅 뚜벅 2026. 3. 31. 06:36


어쩌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장아장 걸어올 때부터 두 팔 벌려 꼭 안았다. 치마폭을 원 없이 내주고 또 내주었다. 엄마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내가, 일밖에 모르는 짝꿍 덕분에 긴 시간을 생으로 홀로 뛰어다니며 키운 아이들이었다. 서툴렀다. 그래도 뛰고 또 뛰었다.


큰아이는 글쓰기 상을 휩쓸었다. 한글학회장 상을 받아 달려올 때, 나는 내 일보다 두 배의 감동을 느꼈다. 상패와 상금을 손에 쥔 아이를 보며 숨 막히게 기뻐했다. 그림도 공부도 못하는 게 없어 대견했지만, 그 시간 안에는 성장통도 있었다. 오랫동안 지켜보고, 또 지켜봐야 했다.


둘째는 끊임없이 자기 길을 두드리며 달렸다. 달려라 하니처럼, 그림에 대한 열정이 유독 깊었다. 공부도 멋지게 해내며 상장과 결과물을 쌓아가더니, 지금도 힘겹게 자기 길을 행진하고 있다. 그녀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자주 엄마를 그림으로 그려 불쑥 내밀던 아이. 그 그림을 힘들 때마다 꺼내 본다. 언젠가 평온한 길 위에 서면, 그때 또 그려줘.


침을 흘려도, 땀에 흠뻑 젖어도 품에 안고 손잡고 걸었다. 넘어지기도 하고, 아파 울기도 했다. 그래도 각자의 길을 걷고 있으니 늘 고맙고 대견하다. 서툴렀지만, 엄마의 길도 이제 다한 듯하다.
두 아이는 엄마보다 훨씬 낫다. 모르는 게 없어서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보면 그만이다. AI보다 낫다. 늘 사람의 눈으로 답을 준다.


그래도 돌아서서 보면 미안하고 부끄러운 순간이 너무 많았다. 너무나도 서툰 엄마였다. 그냥 두고 가도 나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아, 지금은 다시 온전히 마지막 내 길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문득 꿈결에 나의 엄마가 나타났다. 넌 그래도 나보다 낫구나  뒤늦은 후회와 독백으로, 하얀 치마폭을 운동장처럼 펼쳐 나를 안아주었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엄마의 품속에서, 오래도록 쌓였던 울음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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