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12호」
강해원
줄무늬 휘감고 그들의 방은
달랐다
오래 바랜 꽃이불 사이로
직립보행 기능을 잃어버린 두 발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각질 투성이 거친 발 두 개 깜쪽같이 신고 온
신발이 사라졌다
커튼이 경계인 담벼락 너머에
어젯밤 들어온 노파가
무슨 일인지 신발을 다시는 신지 않겠다고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모든 기능을 상실한 그 아흔의 노인 곁에
자식 둘이 번갈아 보면서
생애 처음 맞닥뜨린 죽음이라는 공포에 훌쩍훌쩍 커튼너머 이웃방이 눈치 보여
입만 틀어막고 저 밑에 울리는 울음소리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산 자와 죽어가는 자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묘한 슬픔의
요단강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 눈 떠봐"
가장 사랑했던 자식들의 손이 떨리고
그 노인 크게 눈 크게 뜨고
눈으로 " 안녕 "
그리고 또 "잘 있어"
"잘 살아"
이내 차가운 바람이 요단강
그 물결 위를 쓸고 지나갔다
우르르 의료기기들이 끌려 들어오고
무표정 무채색의 흰 가운의 젊은 의사가
지금 시각 저녁 6시 35분 이승과 저승의
선긋기를 분필 가루로
그녀의 몸 위에 무심하게 시간을 찍으며
임종시간을 공허하게 혼자 무지하게 큰소리로 이방에서 유일한 말로 침묵을
깨고 있었다.
줄무늬 커튼 너머 다른 방에
숨죽여 그 상황을 설핏 인지한
직립보행 기능을 잃은 노인
나는 아직 아니지 아니지 하면서
슬픈 사슴 눈으로 모르는 척 애써 돌아눕는다
그 커튼 사이로 담벼락이 길게 쳐지고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6812호 병실에는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그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병실 건너 복도에서 산자들은 구경꾼처럼 몸을 기대고
산자에 줄을 서서 해야 될 일을 좀비처럼 하고 있다



https://youtu.be/Rz4d-I3 WbNA? si=l-smb5 A82 rVUq1 oy
예쁜유라화이팅
6.1K likes, 461 comments. "멜라니 사프카 Melanie Safka_ The Saddest Thing"
www.youtube.com
'글 하나, 풍경 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오는 날/강해원시 (6) | 2026.05.03 |
|---|---|
| 봄날은 간다/강해원시 (7) | 2026.05.02 |
| 서정시가 웃는다/강해원시 (7) | 2026.05.02 |
| 기차는 가고 없다/강해원시 (8) | 2026.05.02 |
| [강해원시 ][강해원시인] 설산 (9) |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