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찾아온 꿈은 나를 다시 그 시절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생애 처음 엄마라는 이름을 부여받던 그 길은,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가혹하리만큼 외롭고 고된 길이었습니다.
차가운 시트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아이와 나를 잇던 생명의 끈이 분리되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아이가 머물던 따스한 집은 순식간에 차가운 심연의 바다로 가라앉으며 부서져 갔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의사의 목소리는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엄마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기막힌 역설을 뱉어내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뭔데 깨어날 수 없다는 말을 저리 할까 나는 흐릿한 정신 속에서도 의사의 가운을 확 움켜 잡았습니다.
"나 못 죽어요, 우리 애를 두고 어떻게 어떻게 가라고 " 말은 못 해도 마지막 내손 끝은 오랫동안 흰가운을 잡고 있어서
내 펴지지 않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서 분리시켰다는 후일담은 오래 회자되었습니다. 내 강인함은 고통 속에 밤새도록 의료진의 노력과 알 수 없는 고열을 헤쳐나가며 생명은 힘들게 이어져 갔습니다.
열은 40도를 오르내리고, 끝을 알 수 없는 하혈이 이어지는 절벽 한 상황에도 혼자 의사가운을 잡고 내 손가락에 마지막 삶의 실타래를 혼자 돌돌 감았습니다. " 이거 놓으세요. 그래야 살린다"는 의사의 답을 듣고야 나는 겨우 안도의 정신을 놓고 깊은 알 수 없는 그곳으로 긴 여행을 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늪에서 깨어나 모든 세상의 신에게 절규하며 빌어 얻은 생명, 남들은 하루면 만날 아이를 , 나는 눈물에 푹 젖은 채 아픈 배를 움켜쥐고 거의 10일이 다 넘어서야 의사들이 반대속에 아이를 봐야 된다는 마음으로 이동을 시작해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해 신생아실로 향하던 그 길은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졌을까요. 머리는 엄마 머리숱을 닮아 까맣게 귀를 덮었고 예쁜 핀을 꽂고 엄마를 기다리던 그 첫 대면의 찰나, 나는 비로소 다시 태어났습니다. 네가 나를 만나려고 기다리는 내 아이로구나
퇴원 후에도 후유증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습니다. 서울 문정동의 골목 안 가락공판장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길어, 단 10미터를 걷는 것조차 버거워 길가에 혼자 주저앉아 쉬어야 했습니다. 아이가 잠든 사이 요플레 몇 개와 김 몇 통을 사는 짧은 외출조차 나에겐 높은 산을 넘는 듯한 긴 여정이었고, 허약해진 몸과 희미해진 기억력은 첫 엄마의 길을 더욱 무겁게 흔들었습니다.
그때 나를 숨 쉬게 했던 유일한 낙원은 연화공원이었습니다. 나무와 그네, 그리고 새들, 건강하게 웃는 사람들의 소음이 나를 현실로 불러내 주었습니다. 공원의 그 빈자리 벤치는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나의 쉼터이자 안식처로 오래오래 제공되어 바람 같은 쉼을 주었습니다.
내 몸에서 분리된 아이가 스스로 대지에 처음 홀로 앉는 첫 야외촬영, 혹 꽈당 넘어질까 가슴 졸이며 잠깐만 거기 앉아있어 하고 거리를 두고 첫 셔터를 눌렀던 곳도 바로 그 연화공원이었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작은 아이의 찡그린 눈썹은 작은 독립이었고 , 서툰 엄마였던 나의 건강과 고단한 독립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어느날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에도 가림막 아래 앉아 굵은 빗줄기를 바라보며 그 낯선 도시와 마주 앉아 나의 30대를 삼키곤 했습니다. 꾹 참고 지내다 송파세무서 앞 그 공중전화에
기대어 내 아비에게 집에 가고 싶다고 가끔
울먹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참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많은 얘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변화된 연화공원의 벤치를 찾아갑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시절, 위태롭지만 간절하게 생의 실을 붙잡고 있던 내가 거기 있습니다.
모든 것이 꿈결 같았습니다. 아픔도, 절망도, 그리고 아이를 보며 느꼈던 그 지독한 사랑도. 여전히 나는 그 벤치에 앉아 꿈을 꾸듯 그때의 나를 가끔은 마주합니다. 그 서울 문정동 연화공원에는 오늘도 그때의 내가 앉아 있습니다.
이 글은 우리 큰 아이 출생과 관련 있는 글이라 얘기하니 먼저 보고 싶다고 해서 허락받고 올려봅니다. 진짜 글쟁이 우리 큰애의 반응이 조심스러웠지만 "오 엄마 기승전결이 좋은데 내가 나중에 연화공원 2편 쓸게! "
우리 애도 좋아했던 연화공원 그 벤치를 "엄마 나도 참 좋아했어 문덕초 다니면서 수시로 계단을 올라가서 내려다봤어" 한 번도 한적 없는 얘기라 너무 조심스러웠습니다. 왠지 자식한테는 어떤 슬픔도 보여주기
싫은가 봅니다. 그냥 담담하게 읽고 "내가 2편 쓸게 올려봐" 한 번도 내 모든 글 처음 마주한 얘기에도 궁금해하거나 아는척하지 않는 글을 이해하는 멋진 톡이 나에게
날아왔습니다. 20대전에도 죽는 사람이 많아 그래도
우리 엄마는 살아있잖아가 그녀의 깊은 답이었습니다.
엄마 기록이라 생각해 줘 그래도 자식은 늘 어렵습니다.
어릴 때부터 늘 글쓰기로 장원을 휩쓸고 다녔던 그녀의 연화공원 2편을 기다려봅니다
너는 참 감수성이 풍부하고 글을 적을 때가 가장 빛이 났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아직은 읽는 게 좋다고 자기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먼저 한걸음 이 길을 가볼게"
너를 힘들게 키운 만큼 엄마는 너의 영원한 팬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지우개 글 기억나 아직도 감동이 남아있어"
그녀의 글이 언젠가는 세상과 이어지기를 그냥 바래
봅니다. 나를 닮았는지 이런 말도 엄청 싫어합니다.
강요하지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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