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옷차림으로 농장으로 가는 길,
예쁜 꽃들이 대지를 수놓고 있었다.
내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알기에
발걸음도 며칠 만에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어디론가 유인하듯 이끌었다.
"배고파."
그 애달픈 소리를 따라가 밥을 주렸는데,
녀석은 이내 깊은 수로 안으로 뛰어내려
어슬렁어슬렁 제 어미 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자주 만났던 그 어미는
새끼를 두고 눈을 뜬 채,
혼이 빠져나간 지 이미 며칠은 지난 듯 굳어 있었다.
수로가 너무 깊어 내려가지 못하고,
그저 꽃 한 송이 꺾어 그 위로 흩뿌려주었다.
아기 고양이는 어미 옆에서
고맙다는 듯 내게 "야옹" 인사를 건넸고,
몇 번을 뒤돌아보며 나는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죽음은 이렇듯 늘 우리 곁에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덜커덩거리는 끌개를 끌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때 길가에 빈 껍질처럼 누워 있는,
얇은 천 조각 같은 얼룩무늬 뱀 껍질이 눈에 들어왔다.
똬리를 튼 채 대지에 납작 엎드려
잘게 부서지기 직전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며
나를 붙잡고 있었다.
짧은 묵념의 시간,
암에 걸려 저렇게 말라가다
대지 속으로 숨어버린 내 큰언니가 생각나
스르륵 눈을 감았다.
길가 노오란 들꽃으로 덮혀주었다.
나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 세상에 여운을 던질 것인가.
이 육체를 저기 흩어진 뱀 껍질처럼
수분도 혼도 다 빼어버린 채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차마 자식을 두고 가기 힘들어
눈도 감지 못했던 저 길고양이 어미처럼
내 모양 그대로 하늘을 보며 혼을 뺄 것인가.
생각의 끝에
저녁노을이 갑자기 내 머리 위로 붉게 떨어지고 있었다.
차라리 저 붉은 노을로 나를 돌돌 말아줘
너 서쪽 하늘 넘어갈 때 함께 끌고 가 달라고 말해본다.
우리들의 죽음의 시선은 어디를 비추고 있을까




https://youtu.be/lNzzAILa47Q?si=nw960G30j-fCnZii
이소라 바람이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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